영화 500일의 썸머 소개 및 줄거리
영화 500일의 썸머는 드라마, 로맨스, 코미디 작품이다. 마크 웹 감독의 작품으로 미국에서는 2009년에 개봉했고 한국에서는 2010년 개봉했다가 2016년과 2021년에 재개봉을 했다. 국내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인 셈이다. 조셉 고든레빗과 조이 데이셔넬이 두 주인공으로 열연했다. 500일의 썸머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500일간의 한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현실에서 충분히 봤을 법한 연애의 과정을 충실히 밟아가는데 그 관계를 정의하는 미묘하고 복잡한 순간들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긴다. 두 남녀 주인공은 성향적으로 매우 다른 스타일인 것을 알 수 있는데 남자 주인공 '톰'(조셉 고든레빗)은 인생을 바꿔줄 운명의 사랑이 나타날 것을 꿈꾸는 어찌 보면 순진하고 순수한 청년이다. 어느 날 회사 사장의 비서로 등장한 썸머를 처음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썸머가 자신이 찾던 운명의 반쪽임을 직감한다. 톰은 썸머에게 급속도로 빠져들게 되고 어떻게든 썸머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무던히도 노력한다. 그렇지만 썸머(조이 데이셔넬)는 구속받는 것을 싫어하는 자유영혼이다. 사랑도 남자친구도 전혀 믿지 않으니 당연히 운명에 대해서도 시니컬하다. 톰은 구애하지만 썸머는 밀어내는 상황 속에서 둘은 친구 사이로 지내기로 하지만 그 둘의 관계는 점점 발전하게 된다. 이 영화가 다른 영화에 비해 조금 흥미로운 지점은 시점이 남자 주인공에게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대개 다른 로맨틱 영화들은 여자 주인공의 시점에서 서사가 진행되는 것과는 차별성이 있다. 별 볼 일 없는 남자 주인공이 제일 예쁜 여자와 연애를 하게 되는 역발상 스토리다. 마치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언제나 미숙한 연애가 그렇듯 톰과 썸머의 연애는 늘 아름답지 않다. 연애를 이어나가는 과정 속에서 수많은 흑역사를 남기고 연애는 그렇게 끝이 난다. 500일간의 현실판 로맨스 덕분에 그리고 남자 주인공의 시점으로 영화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여성 관객뿐만이 아니라 남자 관객들에게도 호응도가 높았다.
뻔하지 않은 연출
로맨틱 드라마의 영역에서 500일의 썸머는 기억의 모자이크를 맞춰나가는 과정처럼 관객에게 다가온다. 단순히 톰과 썸머의 연애 과정을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며 뻔하게 전개되는 형태를 피한다. 이건 마치 연애를 진행하는 과정이 사랑의 과정이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본질을 영화 연출과 편집으로 반영했다. 이 접근법은 관객을 사로잡을 뿐만 아니라 톰과 여름의 관계에 대한 퍼즐을 맞추도록 관객을 초대하는 스토리텔링 장치로도 사용된다. 웹의 명석한 연출은 스콧 노이스타더와 마이클 H. 웨버의 기발한 각본과 결합하여 영화에서 사랑에 대한 기존의 개념에 도전하는 매력적이고 지적으로 자극적인 경험을 만든다. 에릭 스틸버그(Eric Steelberg)가 이끄는 이 영화는 시각적 향연으로 비선형적 구조를 보완한다. 각 장면은 신중하게 구성된 테이블로, 화면을 가로질러 일련의 색상과 진화하는 이야기의 톤을 반영하는 조명으로 감정을 그린다. 떠오르는 로맨스의 활기찬 빛부터 가슴 아픈 곳의 어두운 색조까지, 모든 프레임은 목적을 달성하고 500일의 썸머를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영혼에 울려 퍼지는 시각적 심포니로 끌어올린다.
애절한 리얼리즘: 사랑과 상실의 롤러코스터
이 영화는 관계 과정을 그리면서 현대 관계에 내재된 복잡성에 대해 말한다. 영화는 사랑에 대한 환상, 짝사랑의 투쟁, 그리고 기대와 현실 사이의 피할 수 없는 충돌을 보여준다. 조셉 고든-레빗은 톰 한센으로 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이러니 하게도 톰이 가지고 있는 상대적인 취약성이 캐릭터에 더욱 몰입하도록 만든다. 누구나 다 톰과 같은 심정이 되어 본 적이 있는 것이다. 반면 현실주의적으로 묘사되어 나온 썸머는 시니컬 하기에 매력이 넘친다.
이 영화의 상징성 사용은 시각적 언어를 풍부하게 하는 또 다른 장치다. 톰이 그의 관계의 다양한 단계들을 탐색하면서 배경에 비춰지는 변화하는 계절들은 사랑의 순환적 특성에 대한 가슴 아픈 은유로 풀어낸다. 이러한 세부 사항에 대한 관심은 전통적인 로맨스 영화의 경계를 뛰어넘는 시각적 서사를 만들고자 하는 영화 제작자들의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500일의 과정 동안 애절한 리얼리즘, 사랑과 상실의 롤러코스터를 관객들은 함께 타게 되는 것이다. 둘은 헤어지고 썸머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 운명을 강력하게 믿었던 톰은 운명적인 사랑을 없다고 얘기하고 운명을 절대 믿지 않았던 썸머나는 운명적인 사랑을 만날 수 있게 됐음에 톰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톰이 얼마나 자신 중심적으로 사랑을 해왔는지 알 수 있다. 썸머를 사랑했다기 보단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자신을 사랑했다고도 볼 수 있다.
썸머가 했던 것은 어장관리인가
톰의 입장에서 본 썸머는 뚜렷하게 사귀는 사이이다 남자친구이다 인정이 해준 적이 없다. 연인 관계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있지만 우리가 무슨 관계냐고 묻는다면 답변을 내놓지 않고 애교로 무마하고 넘어갔다. 심지어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먼저 말하지도 않았고 이미 결혼을 한 유부녀임에도 톰에게 오해할만한 눈빛을 보내며 사랑을 있다고 살며시 손을 잡기까지 한다. 이것은 어장일까. 썸머의 입장에서 본 톰은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을 주지 못한 남자로 비치기도 한다. 관계에 대한 불안이 있었던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정말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매 순간 확인하고 싶었지만 결국은 확인받지 못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키스를 하고 애정관계를 하는 등 친구로서의 선을 넘나들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톰에게 언제나 친구 사이라는 지점으로 관계에 선을 그었다. 그런 순간마다 톰은 괜찮다고 하거나 오히려 명확하게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서로의 취향을 이해하는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에서도 썸머가 톰의 취향을 인정하고 이해해 줬지만 톰은 썸머의 취향을 인정해 주고 이해해주지 못했다. 이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판단할 몫이겠지만 관계를 규정하는 것만이 사랑인지 아닌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취향을 존중한다는 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자 관심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 톰과 썸머 중 정말 상대를 사랑하고 존중했던 사람은 누구일지 생각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