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사랑이야기는 사랑에 빠지는 남녀의 그 과정을 상세하게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을 이루기까지 과정에서 서로 느끼는 설렘과 마침내 사랑이 결실을 맺었을 때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리 설렘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헤어짐의 과정, 헤어진 이후에 어떤지에 대해서 세밀하게 그려내는 작품은 많지 않습니다. 그것도 그 안에 다양한 의미들을 담아보면서 말입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멜로 로맨스 영화 같지만 또 서스펜스적 요소들이 가미되어 있는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특유의 미장센은 영화를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까지 만들어줍니다.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고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헤어질 결심 줄거리 의심과 사랑 그리고 헤어짐
영화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11번째 장편 영화로 "아가씨" 이후로 6년 만에 나온 작품입니다. 산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한 남성의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시작됩니다. 형사는 사망한 남성의 아내와 만나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그녀를 의심하면서도 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사망자의 아내인 서래(탕웨이)는 형사 해준(박해일)과 만남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여기서 "마침내"라는 말은 굉장히 묘합니다. 이 부분에서 여러 해석들이 분분한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영화를 보시면서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서래는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동요를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느낌까지 느껴집니다. 형사는 보통의 유가족들과는 다른 서래의 반응을 보며 그녀를 용의 선상에 올립니다. 해준은 계속해서 그녀를 주시하면서 관심이 커져가고 서래는 그런 해준의 의심과 관심을 알면서 거침없이 행동합니다. 그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과 그걸 따라가면서 느끼는 지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사랑을 시작했던 남자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실한 사랑이 되어버린 여자. 헤어질 결심을 했던 남자와 또 다른 이유로 헤어질 결심이 선 여자.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다." 다른 내용들은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영화를 직접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보고 나면 애플워치를 사고 싶어지는
영화에서는 스마트폰이 매우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합니다. 중국 여성인 여자주인공과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번역 앱, 추적 앱, 녹음 앱, 상대가 문자 답장 입력 중임을 알려주는 줄임표까지 여러 어플리케이션의 활용을 통해서 두 남녀 간의 관계의 서사를 쌓아갑니다. 두 사람은 애플 기기를 사용하는 유저들인데 박찬욱 감독은 서래와 해준이 같은 부류의 사람들임을 나타내기 위해서 똑같이 애플을 사용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사용하는 물건에서마저 둘의 공통점을 표현해 낸 것입니다. 특히 영화를 보다 보면 애플워치를 활용하여 녹음도 하고 소통도 하고 뭔가 찾는 모습들이 나오는데 애플워치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등장 장면이 많았습니다.
왜 제목이 헤어질 결심일까
아마도 모두가 궁금해할 부분일 것 같습니다. 영화의 제목이 왜 헤어질 결심일까. 박찬욱 감독은 바로 이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고 싶었다고 합니다. 스스로 생각해보게 되는 겁니다. 서래와 해준의 관계, 그리고 그들의 결말을 보면서 말입니다. 결심이라는 단어는 참 묘한 뉘앙스가 있습니다. 사실 어떤 것을 결심한다고 하면 거기에는 '하기 싫다' 혹은 '하기 어렵다'라는 부정적인 정서가 깔린다고 생각이 듭니다. 쉽게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결심'이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박찬욱 감독도 이렇게 말합니다. "결심이라는 단어를 보면 사실 잘 안 될 거 같지 않아요? 그런 희망은 가지고 있는데 왠지 실패하게 될 것 같은 그런 예상을 할 것 같았습니다." 이 두 남녀의 서사를 살펴보면서 그리고 그들이 향하가는 길을 보면서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지. 또 그 결말이 뜻하는 바는 어떤 것일지 생각해 보는 것이 상당한 매력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와 영상미에 비해서 흥행성적이 아쉬웠던 영화였습니다.